내가 생각하는 세상

3. 악역을 떠맡지 마라 (차도 살인)

Openwalk 2008. 3. 27. 06:30

차도살인' 은 적을 죽임에 있어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명분도 세우고 적도 제거한다는 전략.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는 이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 중 하나이다

조조는 예형을 죽일 때 유표의 손을 빌려 죽였으며 , 양수를 죽일 때도 군심을 현혹했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이용해 죽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까지 얻게 되었다 .


36계 병법의 한 가지로서 사람을 죽인다는 과격한 표현을 하고 있지만차도살인' 의 전략은 일상의 협상 속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찍부터 협상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이 전략이 매우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협상 스타일을 보면, 자신의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방을 사정없이 몰아세워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는 듯하면서도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얻어 가는 사람도 있다

협상에 있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은 당연하며, 필요한 일이다 .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는 서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줄다리기의 승자는 항상 자기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은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듯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면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정 도움이 될 것인가 ? 아니다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협상에서는 물론 결과가 중요하지만 , 인간관계를 중요시 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과정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부분 비즈니스 협상은 일회적 흥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상대방을 다시 만나게 되며 , 지속적으로 사업을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적을 만드는 일만큼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명분도 세우고 이윤도 극대화할 수 있는차도살인 ' 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


서양에는 ‘Good Guy, Bad Guy' 라는 협상 전략이 있다

이는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팀을 이루어 한 사람은 악역을 담당하고 다른 한 사람은 착한 역할을 맡는 것이다

악역을 맡은 사람은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이 허점과 약점을 무차별적으로 지적하고 가격을 후려치는 반면 ,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을 생각해 주는 척 , 악역을 담당한 자기편을 말리기도 하고 또 상대방을 달래 가며 협상을 진행시켜 결국 자신의 체면도 세우고 당초 얻고자 하는 바도 얻는 전략이다 .


한 예로,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집주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P 씨의 부인이 집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으며 터무니 없는 값을 부른 다음, P 씨는 집주인의 편을 드는 척하면서 애초 자신이 생각했던 가격에 맞추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전략을 쓰게 되면 상대방의 기분도 맞추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역을 담당한 부인의 손을 빌어 손쉽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지혜로운 협상가는 자신이 나서서 모든 악역을 떠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팀에 다른 사람을 악역으로 등장시키거나 혹은 협상 대리인을 사용하여 명분도 세우고 목표하는 바도 얻어낸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차도살인' 의 전략은 당장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 특히 협상이 끝난 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일단 협상 상대방과 관계가 나빠지면 협상 타결과 상관없이 상대방은 내가 앞으로 잘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